Goodbye 2022

다른 곳으로,
여기와는 다른 그 어떤 곳으로 가는 것도
아주 멀리 떠나는 것도 아닌데
해가 바뀌고 어제의 그 해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호들갑이다.
그냥, 그 때가 또 오고
같은 자리에서 지난날과 다르지 않은 그 순간을 또 마주하고는
떠나가고 떠나왔다고 말한다.
대체, 우린 어느 곳을 떠나 어느 곳으로 가는 걸까!
늘 그 자리에 있는데 시간, 아니 세월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내달려
저만큼 먼 곳으로 우리를 따돌려버린다.
그랬구나!
우리는 늘, 돌고 돌아가는 세월의 쳇바퀴를 따라 정신없이 가다가
지금과 그때를 바꾸고 덩그러니 이곳에 남는 것이었구나!
시간이라는, 세월이라는 덫에 걸려 결코 헤어날 수 없는 우리!
어디에서나 피고 지는 꽃처럼 흔하디 흔하며 귀하디 귀한 존재였음을
우리만 모르고 살다가 되돌아가는 길목에서 그 진실과 마주한다.
볼이 터지도록 매서운 혹한의 바람에도 굴하지 않았던
그 강인한 끈기와 기개가 새삼 놀랍구나!
아련히 들리는듯한 그 소리 꿈처럼 스쳐 지나는 환영만으로도
참았던 설움이 복받쳐 오른다.
찬란한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을 지나도록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그 내밀한 의미가 이제 조금이나마 보일 것 같은데
손을 내밀어 청해도 좋을 그 따뜻한 가슴 하나를 가려내지 못하고
쓸쓸한 삶의 고갯마루에서 뒤돌아보니
지나온 그 길에는 내 발자국조차 지워지고 없다.
너는 어느 곳으로 가려하기에 아직도 거기에서 서성이는가!
이제, 또 하나의 고개를 넘어 이어지는 그 길 끝에서
내가 마주하고 싶은 것들과 외면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한다.
아쉬워도, 떨쳐내고 싶어도
보내야 할 것과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런데, 문득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는 인도의 속담이 떠올라
빙그레 미소 짓는다.
♣
Goodbye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