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의 촛불

지금 거대한 태풍 '카눈'이 우리나라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경로를 예상하고 있다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남쪽에서
북쪽으로 길게 관통하여 진행한다는 이야기일 텐데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태풍이라 비도 많이 쏟아부을 것이라고 하니
얼마 전 비로 인하여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걱정과 두려움이 얼마나 클까!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바람에 의한 피해는 물론 비로 인하여 벌어지는
우리 사는 세상 그 많은 피해의 상당 부분은 사전 대비를 통하여
어느 정도까지는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너무나 어이없는, 있어서는 안 될 사고까지 벌어지는 현실을 보면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우매하고 어리석은 존재인가 생각하게 된다.
능력이 안 되면 사전에 철저하게 대비라도 해야 할 텐데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아둔함 그 끝은 과연 어딜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사람들은 일이 터지고 나서야 서로 잘잘못을 따지며
추악한 아귀다툼을 벌이곤 한다.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시작한 게 언제인데
아직까지도 눈에 띄는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입으로는 환경 보호를 통하여 지구촌을 되살리자고 하면서도
행동은 전혀 다르게 하고 있는 우리 인류를 향한 대자연의 경고는
그 한계를 넘어섰으며 이젠 그냥 경고 정도가 아닌 무시무시한 위기의 현실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 인류는 무감각하기만 하다.
어쩌다 한 번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겠지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닌데
이런 일은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고 아마 앞으로도 이런 일은
그렇게 흔하지 않을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 전 지역에서 고르게 벌어지고 있는
이상 현상을 눈으로 보면서도 우리 인류는 머리도 좋고 기술도 발전하였으니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저 남 일 보듯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닌데, 그게 아닌데!
이제 정말로 시간도 없고 기회도 없고 방법을 찾기도 어려운 지경이 되었는데
도대체 우리 인류는 무엇을 믿고 기다리기만 하는 걸까!
어느 날 갑자기 그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짠 하고 나타나는
기적이라도 바라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당장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방법들을 동원하여 강력한 실천에 돌입해도 시원찮을 텐데
그 누구도 앞장서서 나서지 못하는 건 그 알량한 경제적인 문제와
국가적인 차원의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하기 위한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를 나 같은 일반인도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손 놓고 앉아서 환경지옥으로 변해가는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정말 답답하다!

우리 인류는 잠시 와서 짧은 삶을 살다가 떠나가는 나그네들이지만
지구는 오래도록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며 우리 인간은 물론 온갖 식물과 동물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을 키워나가야 하는 우주 속 유일한 행성일지도 모르는데
그 귀하고 소중한 지구를 우리 인류가 망가뜨리고 있다.
모든 생명의 어머니
그 강하고 따뜻했던 지구가 풍전등화(風前燈火) 같은 신세가 된 것은
모두 우리 인간의 무모한 욕망과 도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죄책감을 떨칠 수 없다.
지금 우리를 향해 북진하고 있는 태풍 '카눈' 앞에 위태롭게 떨고 있는
위태로운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의 신세만이 아니라 지구 전체가 바람 속의 촛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는 걸 우린 애써 외면하고만 있다.
그런다고 없어지는 일도 아니고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 되는 건 더욱 아닌데
언제까지 고개를 외로 틀고 외면할 건지...

♣
Candle In The Wind
이 노래는 1962년에 사망한 '마릴린 몬로'의 추모곡으로
'엘튼 존'과 '버니 토핀'이 함께 만든 노래인데
노래 맨 처음에 나오는 이름 '노마 진'이 마릴린 몬로의 본명이며
가사를 쓴 '버니 토핀'에 의하면 마릴린 몬로뿐 아니라 인생의 전성기가 짧게 끝나버린
모든 사람을 위한 노래라고 한다.
또한 1997년 너무나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영국 왕실의 비운의 공주
'다이애나'의 추모곡으로도 사용되었다.

태풍이 우리나라를 아래서 위로 길게 관통하여 지난다는데
아무 피해도 없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지만
그래도 그저 부드럽게 지나쳐 주기를 바래본다.
아무런 힘도 없는 우리로서는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평소에도 늘 그런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고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놓지 말아야 할 텐데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우리의
오만함을 대체 어찌해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