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삶이라고?!

- 얼마나 온 걸까, 또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걸까!
- 출발 점이 어디였는지 너무도 아득하여 보이지 않고
- 종착지는 또 어느 곳인지, 가다가 어느 곳을 경유해야 하는지 예측할 수도 없지만
- 잠시도 멈추지 못하고 앞으로 앞으로 가야만 하는 게 우리네 삶이라니!
느긋하고 평온하게 머물고자 해도 삶은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렇게 소박한 소망조차도 허락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
과연 우리에게 온전한 자유가 허락될 수는 없는 걸까!
그냥 말 그대로 자유로움, 평화로움, 한적함, 무념무상
100% 멍 때림의 시간처럼 세상의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오롯이 나, 그렇게 덩그러니 놓인 나를 경험하고 싶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사는 동안 그런 적이 과연 있기나 했던가!
내 기억으로 그런 해방감을 단 하루라도 온전히 누린 시간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에 느껴본 짜릿한 해방감이나 홀가분함조차도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이었을 뿐, 그 시간은 너무도 짧고 아쉽게 지나가버리고
또렷한 기억이 아니라 마치 꿈을 꾼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찰나의 순간이 휘익 스쳐지나 사라진 비현실적인 환영인 것만 같고
누렸다고 할 만큼의 시간은 분명코 없었다.
삶이란, 그런 거라고 그러니까 삶이라고
누군가는 이야기하지만, 삶이 왜 꼭 그래야만 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난 모르겠다.
원래 그런 것만은 아닐 테고, 꼭 그렇게 살아야 되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우리는 쫓기듯 살면서 늘 여유를 찾지 못하는 걸까!

아무래도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고 등이라도 떠밀고 있다면 몰라도
아무리 돌아보고 주변을 살펴도 그런 사람도, 그런 법도 압박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문제, 바로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늘 주변을 의식해야 하고 가족을 비롯한 인연의 굴레 속에서
오롯이 하나의 개체로서 살아가지 못하게 되어 있는 우리 삶의 시스템이
시작부터 우리를 옭아매고 놓아주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런 굴레를 벗고 나만의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도 부족하거니와
혹은 의지가 있더라도 결국은 그 굴레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한계성의 벽에 부딪쳐 늘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벽!
이 쪽과 저 쪽의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그 벽을
완전하게 허물어버리지 못한다는 게 우리의 한계가 아닐까!
그러서 우리의 삶에는 늘 우울한 그늘이 비껴있게 마련이고
그 어두움 속에서 나름대로 밝게 살려고 자체 발광의 회로를 끊임없이 가동하며
긍정의 에너지와 이미지를 숭앙하도록 길들여진 그 경계선 언저리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한다.

결국 우리의 삶은 늘 비슷한 패턴으로 돌고 돌면서
희망 같지 않은 아닌 희망 고문을 하며 자력 발광에 의한 아슬아슬한 빛으로
어둠을 밝히며 가면서, 그러니까 삶이라고 주절거린다!
그러니까 삶이라니, 참 어이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