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언제부터인가 지폐는 몰라도
동전을 사용하는 일이 별로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주변의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 봐도 현금 대신 카드를 사용하다 보니까
지갑은 물론 주머니에도 현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거리에 동전이 떨어져 있어도 주우려는 사람이 없다.
오백 원짜리라면 혹시 생각이 달라질까?
100원이나 10원짜리 동전이 눈에 띄어도 귀찮아서 그냥 지나친다.
아,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런데,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도 있지만
아무리 큰돈일지라도 1원이라도 부족하면 완성될 수 없을 텐데
우린 1원 10원, 100원 정도의 푼돈에는 큰 관심도 없거니와
아예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데
그러던 내가 요즈음엔 1원 단위의 돈을 열심히 모으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일상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며 요란스럽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다양한 앱들이 있다.
우연하게 알게 되어 지금 몇 년째 사용하고 있는 토스뱅크에도 역시
만보기를 비롯한 다양한 미션 수행을 통해 1원에서 많게는 몇 천 원씩도
받을 수 있다던데 물론 대부분 쉽지 않은 미션이긴 하지만
큰 수고 없이 틈틈이 체크하면서 받게 되는 현금 보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나에게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예전 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몇 원, 몇 십 원 단위의 푼돈을
마치 대단한 돈이라도 되는 것처럼 귀하게, 소중하게 챙기게 된 것이 그것인데
앱을 통해 보상받는 액수가 워낙 작은 단위의 금액이다 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조금씩 모아 쌓인 돈이 몇 천 원, 몇 만 원이 되어
결국에는 그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기도 하고 현금화하여
쓰기도 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다 보니까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귀찮고 성가신 미션들은 피하고 가끔 전화기를 열어 확인만 하면 되는
간단한 미션들만 골라서 하기에 시간적으로 크게 불편한 것도 없고
기타 사생활의 침해도 없는 것들만 남기고 생활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신경 쓰지 않기에 쌓이는 액수도 그만큼 적지만
어차피 하는 일상생활에 앱 하나 설치하고 가끔 체크하면
공짜 돈이 생기는 재미있는 세상이다.

오늘도 동네 마트에 가서 3천 원짜리 파 한 단을 사고
카드로 결제하니까 곧바로 100원이 캐시백 되었는데
몇 원, 혹은 10원 단위로 캐시백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기에
100원이 캐시백 되면 그래도 큰돈으로 느껴져 '와, 100원이나 돌아왔네?'
하고 기뻐하는 자신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
사람이 참 그렇다.
별 것도 아닌 아주 작은 푼돈에 행복해질 수 있다니!
이건 정말 신세계가 아닐 수 없다.
주로 다니는 마트에 개인 정보를 등록하고 적립금을 쌓는 일에도
귀찮아서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웬만하면 자주 가는 마트를 정해놓고 다닌다.
어차피 다녀야 하는 마트라면 마음에 드는 마트 하나를 정해놓고
사용한 만큼 적립하여 나중에 결제 대금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티끌 모아 태산!
그 말처럼 티끌을 쌓아서 태산을 이루려면
몇 대를 이어야 하겠지만 어차피 하는 소비활동을 적립할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닌가? 적립금 때문에 특정 마트에 얽매이게 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생각을 바꾸면 그건 큰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어젯밤에 한동안 쌓아뒀던 캐시를 털어
무려 3가지나 되는 물품을 주문했다, 약간 모자라는 비용 일부는
내 돈으로 채워야 했지만 어쨌든 관심 두지 않았더라면
쌓이지도 않았을 공짜 돈이기에 기분이 좋다.
내가 나에게 하는 연말 선물로 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