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군인이셨습니다.
어린 시절의 아스라한 기억 저편에 계신 아버지의 모습은
늘 근엄하시고 두려운 존재였지요.
가족과는 거의 떨어져서 지내셨기 때문에 어쩌다가 귀가 하시면
우리들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그저 묻는 말에만 대답하는 정도였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 해 보면 그다지 엄격하시거나 무서운 분은 아니셨는데
어린 시절에 늘 떨어져서 지내다 보니 서먹서먹하고 어려웠던 것이지요.
나의 기억 속에 늘 그리운 얼굴로 남아서 아쉬움이 많은 이유가 바로 그것인지도 모릅니다.
다정하고 친밀감이 넘치는 부자간의 대화도 부족했고 아버지와의 즐거웠던 추억도
별로 없다는 것은 나로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작고 당당한 풍채에 늘 호방한 웃음으로 주변의 지인들도 유난히 많으셨던 아버지!
어쩌다가 집에서 계 모임을 하거나 집안 어르신들과 약주라도 드시는 날이면 곧잘 틀어 놓고
그 특유의 미소 띤 얼굴로 스타 가수 못지않은 실력으로 따라 부르시곤 하던 노래...
지금 배경 음악으로 흐르고 있는 "도쿄여 안녕히...!" 라는 노래였습니다.
나중에 집안 어르신들께 들은 이야기지만 젊은 시절에 일본에서 공부하셨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 시절에 즐겨 부르시던 노래이기도 했겠지요.
그 어릴 때 들었던 그 노래의 멜로디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그리워지는 노래였지만
그 노래의 제목도 모를 뿐 아니라 일본의 어떤 가수가 불렀는지도 모르고
그저 막연하게 그리워만 하면서 기회가 되는대로 그 노래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그 노래를 아는 사람도 만날 수 없었고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찾을 길이 없었는데
오래전에 운영자로 참여하게 된 모 인터넷 카페의 운영자분께서 올리신 자료의
배경 음악으로 그 노래가 흘러 나와 난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꿈에도 그리던 아버지께서 다시 살아서 돌아오신 듯 놀랍고 반갑고 가슴이 벅차서
그만 나도 모르게 얼굴에는 눈물이 범벅이 되었고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듣고 또 들었습니다.
어쩌면 멜로디 하나 틀리지 않고 그 노래를 기억하고 있었는지 나 자신도 놀라면서...
그 노래를 듣던 시절은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던 어린 시절이었으니까요.
항상 가슴속에 걸려서 떠나지 않던 꿈에도 그리던 그 노래를 부르던 가수도 알게 됐고
가사와 음악 파일까지 한꺼번에 만날 수 있게 되다니 행복했고 감격스러웠습니다.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자상하면서도 근엄한 모습이셨습니다.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모습에 늘 미소를 띤 얼굴로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았던 아버지
"도쿄여 안녕히!"라는 노래를 통해서 다시 한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정리하게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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