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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angBee

글이랑/- 나도 낙서 좀

매미와 새

GarangBee 2007. 7. 3. 14:40

조금전에 실제로 겪은 이야기...

 

시내에 볼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벤취에 잠시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하면서 쉬고 있는데

너무나 시끄러운 소리(매미의 울음소리, 거의 울부짖는 소리였지만)에

뒤를 돌아다 보니

땅바닥에 매미가 한마리 누워서 몸부림과 함께 요란한 소리로

울어대고 있고 새 한마리가 팔짝 거리며

그 매미를 부리로 쪼아대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벌떡 일어나

가지고 있던 우산으로 새를 쫓아 버리고는

벌렁 누워서 풍댕이 처럼 제자리를 맴돌기만하고 있는 매미를 

바로 일으켜 세워 주려고 아무리 우산으로 건드려 봐도 안돼서

결국엔 손으로 매미를 살며서 집어 들었는데...

 

아, 그 사이에 이미 매미의 다리가 몇개 뜯겨 나갔고

자세히 보니 한쪽 날개는 기형으로 자라서 다른 한쪽의 그것보다는

훨씬 작은 모습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아마도 그래서 미처 피하지 못하고 새의 공격에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었을 매미... 

 

그대로 그 자리에 놓아 두면 조금전의 그 새에게

또 다시 공격을 당하게 될것이 뻔하였으므로

근처의 작고 뚱뚱한 나무(주목이었음)를 찾아서

그 무성한 잎의 안쪽 깊숙한곳에 매미를 놓아 주었다.

 

그랬더니, 매미도 나의 의도를 알아채기라도 한것인지

그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좀전의 아우성 소리와는 달리

쥐 죽은듯이 조용하게 숨어 버리는것이었는데...

 

다 잡은 먹이를 내게 빼앗겨버린 그 이름 모를 새는

아쉬운듯 한참 동안 주변을 맴돌다가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런데...

과연 내가 한 행동이 옳았던 것일까?

내 딴에는 눈앞에서 힘없는 매미가 커다란 새에게 잡아 먹히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가엾은 매미를 구해 준것이었는데

새의 입장에서 보면 그게 아닐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과연 나의 결정이 옳았는지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혹시, 그 새에게 먹여 살려야만 하는 새끼들이 있었다면

그래서 그 배고픈 새끼들을 먹여 살려야만 하는 어미새의 절박한 입장이었다면

나는 그 새에게 얼마나 큰 죄를 지은것일까?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지고

좀전의 그 새가 미련을 가지고 주변을 맴돌던 모습이 떠올라 괴롭다.

그렇다고 다시 그 매미를 찾아내어 무방비 상태로 저 길바닥에

놓아 둘수는 없는 일이고...

 

암튼...

그 매미의 상태로 보아 다시 잘 살기나 할런지 모르겠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그대로 보아 넘기지를 못한 것이고,

어쩌면 새의 입장을 살펴 보면 또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금 몹시도 마음이 불편해서 이렇게 글을 올려 봅니다.

 

우리 님들같으면 어떻게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기왕에 구해 준 매미도 수명을 다하여 살았으면 좋겠고

그 이름 모를 새도, 어미새였다면 다른 먹이를 많이 찾아서

새끼들 배 안곯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글을 마칩니다.

 

과연 우리 인간들이 대 자연의 섭리를 간섭 할 수 있는것인지

그래도 되는것인지,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할것같습니다. 

 

2007년 7월 3일...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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