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지나간 자리
어수선한 바람이 불어 와
결국 하늘이 깨지고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요란스레 다녀 갔지만
나만 그런 것일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빗방울이 부서지는 아스팔트 위를 바라 보면서
어느 발길이 그토록 절실하였는가
생각에 잠기다가 그만 가슴이 아려와
생각을 털어 내어 보지만
그리움은 그렇게 쉽게 떼어지지 않는것
어디론가 떠나 갈 수 없는 마음에
누군가는 와 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
비가 쏟아지는 창밖을 내어다 보고 있지만
낯선 사람들의 발길만이 뜸하게 지나 가고
나의 가슴에는 아직 빗물이 들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비가 오기만을 무척이나 기다렸었는데
막상 비가 내리니 스산하게 몰아치는 바람만이
나의 초라한 가슴속을 맴돌다
그저 뒤도 돌아 볼 새 없이 달아나고맙니다.
그대가 떠나간 그 자리가 그랬을까
비가 지나간 자리에는 한바탕의 그리움만
처량하게 움크리고 앉아
마치 책망이라도 하려는 것 처럼
나의 바램이 무엇이었는지 묻고 있습니다.
비가 지나간 그 자리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낯 모르는
또 다른 사람들의 발길이 어지럽고
안보이던 풀잎들과 꽃들이 피어나
나의 눈을 새롭게 열어줍니다.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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