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쓰고 나를 그리며 부르는 노래!

쓰다가 그리고 그리다가 또 쓰고, 그래도 못다 한 이야기를 흥얼거린다!

GarangBee

글이랑/- 나도 낙서 좀

폭설

GarangBee 2010. 1. 4. 20:53

 

 

엄동 설한이

그토록이나 서러웠을까!

참고 참았던 울분이 저렇게 눈이 되었을까...

 

토해 내고 또 토해 내도

끝이 없을 것처럼

그렇게 하얀 눈을 쏟아내고 있다.

 

한 여름에 내리는 소나기만큼이나

시원하게 내리고 있는 저 눈 속을 무작정 걷다가

문득 뒤돌아본 그 길에

한 줄로 가지런하게 찍혀 있는

내 발자국을 보면서

너무도 외로워 몸서리쳤던 기억을

오랫만에 떠올려본다.

 

다시는, 다시는 혼자 있지 않겠노라고

그토록 다짐했었는데도

나는 아직 혼자다.

 

내가 먼저 사랑을 밀어낸 적 단 한번도 없었지만

내 가슴속에 피어오르는 사랑은

모두가 추억 속에만 살고 있나보다.

 

사랑은 그다지도 어려운 것

쉽사리 아무에게서나 피워낼 수 없는 것

사랑이라 믿고 싶지만

이내 배신의 날카로운 비수로 돌아오는 믿음...

엇갈리는 운명처럼 그렇게 사랑은

심술궂다!

 

그래,

쉼 없이 내려서 온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려라.

더럽고 추한 세상은 보이지 않도록

내 가슴속의 아픈 상처도 다 묻혀지도록

그렇게 끝없이 내려라!

 

사랑이라는 뜨거운 선혈만이

그 위에 또렷하게 그려질 수 있게

온 세상이 하얗게 하얗게 덮여버려서

더 이상은 사악한 마음을 가질 수 없고

우리네 가슴도 깨끗하게 정화 되어

눈빛으로 빛나는 보석같기를...

 

 

 

 

 

사랑하는 사람아!

거기 그렇게 서서 손짓만 하고 있어도

내 가슴에 울리는 바람소리로

당신의 마음을 알 수 있지만

그 것이 진실이라고 믿을 수는 없어

눈길을 걸었다오.

 

머리 위에 하얗게 쌓인 눈을 털며

당신에 대한 그리움도 털어버리려 했지만

오히려 차갑게 젖어드는 날카로운 당신의 눈빛

가슴과 등으로 서늘하게 스며드는

그 것은 진정 지울 수 없는

당신과 나의 시간들...

 

하얗게 눈이 내리는 세상을 보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하얀 세상이 펼쳐져 있을 뿐인

시베리아 그 넓디 넓은 눈밭이 떠오른다.

그 순백의 깨끗함 속에서

다시 출발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그럴 수만 있다면!

 

저 눈이 쌓이고

더러운 세상을 덮어서 보이지 않았으면

당신과 잠시나마 그 새하얀 꿈을

보고 싶다.

 

내가 남긴 그 길에 하얀 발자국을

가슴속에 그려 놓고

잊지 않고 싶은데...

 

당신에게로 가는 내 마음의 길을

그렇게 깨끗하고 한결같음으로

걸어갈 수 있기를...

 

눈 속으로 보는 당신과의 사랑을

사랑하는 당신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그 시리도록 아픈 그리움도!

 

폭설처럼 몰아치는 사랑!

그 사랑을 쌓아두고

기다리는 이 마음.

 

당신을...!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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