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쓰고 나를 그리며 부르는 노래!

쓰다가 그리고 그리다가 또 쓰고, 그래도 못다 한 이야기를 흥얼거린다!

GarangBee

글이랑/- 나도 낙서 좀

겨울에 내리는 비

GarangBee 2010. 1. 21. 20:25

 

 

철도 없이

어디를 헤매 다니다

한겨울로 왔는지

 

네가 올 곳이 아니지 않더냐?

새하얀 눈이 너 때문에

울게생겼구나!

 

그렇잖아도 서러운 겨울날을

네가 불쑥 쳐들어오는 바람에

길은 온통 흙탕물 천지

 

남모르게 감추고 있던 치부가 드러나고

거기에 속절 없는 발길마저 더해져

나의 얼굴을 들 수가 없으니

기왕에 내리려거든

더 쏟아부어라!

 

아직도 버티고 남아서

그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순백의 너, 겨울눈이여!

알았구나... 알았어...

다 이해할 수 있으니 아무말 말고

빗물에 맡기렴, 너의 그 번민을

내가 받아들어도 되지?

 

어쩌면 그렇게도 나를 닮았을까!

그래서 네가 좋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거울을 보는 것 같아서

너를 바로 볼 수가 없어.

 

겨울에 내리는 비를

오늘에서야 알게 되다니...

 

너는 눈의 고뇌를 알고 있었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커질대로 커져만가는 근심걱정의 덩어리를

네가 알아차렸구나...

아무도 모르게 내다 버려야만 하는

그 부끄러운 치부를

너, 겨울비가 말끔하게 쓸어안고 가버린 그 빈 자리에

소리 없는 나의 한숨만 남아

또다시 세상은 눈부시구나!

 

겨울에 내리는 비...

 

내가 다시 그 비를 맞게 된다면

무엇이 되어 만나더라도 좋겠지만

하얀 눈이기보다는

그저 아무데고 굴러다니는

그런 허접한 쓰레기라도 되고 싶다.

 

그 빗물에 다시금 정화되어

태어나는 보석처럼

반짝이며 미소짓는 그런 무엇이라도

되고 싶다.

 

당신을...

그 청정한 겨울비를

혼자서 조용하게 들으며

밤을 포옹하면

나는 어느새 까맣게 잊혀진

사랑이 된다.

 

너는 누구지?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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