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없이
어디를 헤매 다니다
한겨울로 왔는지
네가 올 곳이 아니지 않더냐?
새하얀 눈이 너 때문에
울게생겼구나!
그렇잖아도 서러운 겨울날을
네가 불쑥 쳐들어오는 바람에
길은 온통 흙탕물 천지
남모르게 감추고 있던 치부가 드러나고
거기에 속절 없는 발길마저 더해져
나의 얼굴을 들 수가 없으니
기왕에 내리려거든
더 쏟아부어라!
아직도 버티고 남아서
그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순백의 너, 겨울눈이여!
알았구나... 알았어...
다 이해할 수 있으니 아무말 말고
빗물에 맡기렴, 너의 그 번민을
내가 받아들어도 되지?
어쩌면 그렇게도 나를 닮았을까!
그래서 네가 좋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거울을 보는 것 같아서
너를 바로 볼 수가 없어.
겨울에 내리는 비를
오늘에서야 알게 되다니...
너는 눈의 고뇌를 알고 있었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커질대로 커져만가는 근심걱정의 덩어리를
네가 알아차렸구나...
아무도 모르게 내다 버려야만 하는
그 부끄러운 치부를
너, 겨울비가 말끔하게 쓸어안고 가버린 그 빈 자리에
소리 없는 나의 한숨만 남아
또다시 세상은 눈부시구나!
겨울에 내리는 비...
내가 다시 그 비를 맞게 된다면
무엇이 되어 만나더라도 좋겠지만
하얀 눈이기보다는
그저 아무데고 굴러다니는
그런 허접한 쓰레기라도 되고 싶다.
그 빗물에 다시금 정화되어
태어나는 보석처럼
반짝이며 미소짓는 그런 무엇이라도
되고 싶다.
당신을...
그 청정한 겨울비를
혼자서 조용하게 들으며
밤을 포옹하면
나는 어느새 까맣게 잊혀진
사랑이 된다.
너는 누구지?
*부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