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쓰고 나를 그리며 부르는 노래!

쓰다가 그리고 그리다가 또 쓰고, 그래도 못다 한 이야기를 흥얼거린다!

GarangBee

글이랑/- 나도 낙서 좀

요란한 가을비

GarangBee 2022. 10. 4. 04:21

 

pluviobrew.tumblr.com

 

 

 

참으로 오랜만에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뒤척이다가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한여름도 아닌데 천둥과 번개까지 동원하여 소란스럽게 내리는 비라니

이 가을밤에 대체 뭔 일일까?

 

하긴 천둥번개의 계절이 따로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가을에, 그것도 한 밤중에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서 보니

가을비가 창을 두드리고 바람이 블라인드를 흔들어대고 있다.

뭔가 분명 꿈도 꾸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는 않는 수상스러운 꿈!

 

음, 대체 이렇게 깊은 밤에 이건 또 무슨 일일까!

 

이런저런 일들로 머릿속이 어지럽던 나의 심리 상태를 눈치채기라도 한 건지 

또 한 번 번갯불 빛이 창문을 뒤덮고 지나간다.

그런데 천둥소리는 아득하게 멀리에서 그르릉거리는듯 마는 듯

얼마나 먼 곳이기에 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는다.

 

 

 

ollebosse.tumblr.com

 

 

 

한여름의 푸르른 나뭇잎들이 시들어가는 이 가을에 스산한 비는

왠지 더 쓸쓸하고 처량하게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가을은 왕성한 생명력과는 

상반되는 분위기의 계절이라서 더 그렇겠지만 저 황량한 들녘에 흔들거리며 서 있을

일 년생 작물들을 비롯한 수많은 풀들이 떠올라서 더욱 서글프다.

 

그러잖아도 쓸쓸한 가을에 이렇게 요란하게 내리는 비는 

가을을 재촉하여 더욱 빠르게 식어가는 대재 위에 서리라도 내리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텐데 칠흑같이 어두운 한밤에 잠에서 깨어 무작정 시작한 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 또 한 번 머릿속이 어지럽다.

 

어쨌든 덥고 끈끈했던 여름은 갔다.

이렇게 비라도 내리는 날엔 더욱 후텁지근했을 텐데 

지금은 가을이다, 춥지는 않지만 더위와 끈적임은 없는 그런 가을이 

더없이 좋고 만족스럽다.

 

곤히 자던 나를 흔들어 깨운 가을비도 그다지 밉지는 않을 정도로

이 가을이 너무도 좋다. 그래서 비록 잠은 빼앗겼지만 이렇게 끄적이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따뜻한 차 한 잔 타놓고 홀짝거린다.

또 한 번 섬광이 유리창을 치고 들어와 눈을 찌르는데 이번에도 역시 

아주 멀리서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슬쩍 들리다 만다.

비구름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겠지?

 

가을이 왔다고 신고식을 하는 건지 아니면 여름이 떠나면서 인사를 건네는 건지 

그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젠 여름이 아니고 가을이다.

가을 초입에 나도 조금은 소란스러운 신고식(소박한 음악회)을 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잘한 것 같다.

 

어쩐지 이번 가을은 다른 그 어느 때보다 더 풍성할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에 혼자 조용히 미소 지으며 찻잔을 든다.

 

다시 빗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직은 떠난 것이 아니라는 듯 지긋한 소리로 속삭인다.

그래, 알았어! 나도 네가 곁에서 속삭여주는 소리가 좋아서 

이렇게 일어나 차까지 준비한 거야! 

 

반갑다, 가을아!
그래, 여름아! 너도 잘 가고 또 보자!

 

 

gospelisosceles.wordpress.com

 

'글이랑 > - 나도 낙서 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집(식당)의 공깃밥  (0) 2022.10.20
어쩌다 설악산에!?  (1) 2022.10.14
다시 찾은 가을 길동무들  (1) 2022.10.04
나의 추석(秋夕)  (0) 2022.09.08
강가에서  (0) 2022.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