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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angBee

글이랑/- 나도 낙서 좀

어쩌다 설악산에!?

GarangBee 2022. 10. 14. 20:11

 

2022년 10월 12, 13 양일 간의 설악산행 중 전화기 카메라로 찍은 사진

 

 

설악산에게 따졌다.

도대체 너는 왜 그다지도 욕심이 많은 것이냐?

세상 아름다운 것은 모두 다 갖고 있으면서 아무도 모르게 숨기려 했지만 

그 큰 품으로도 다 가리지 못하여 결국 사람들에게 들켜놓고는

이젠 가져갈 수 있으면 가지고 가보라는 듯 아예 대놓고 자랑질이네!

 

그래, 그건 인정하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리 뻔뻔하게도 대놓고 자랑질을 하는 건지 참으로 얄밉구나!

좀 편안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정도로 걸어 들어가서야 

겨우 볼 수 있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풍광들을 어찌 너 혼자 그렇게나 많이 

품고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2022년 10월 12, 13 양일 간의 설악산행 중 전화기 카메라로 찍은 사진

 

 

그런데, 설악산의 대답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는데

금강산은 더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데 왜 나한테 와서 난리냐고 하네?

자기는 가진 것이 별로 없다나? 

금강산이 가지고 있다가 너무 많아서 좀 나누어 준 것을 몇 가지 챙긴 것뿐인데

뭘 그런 걸 가지고 호들갑이냐고, 참 내... 어이가 없어서 말 문이 막히는구먼!

 

그나저나 온통 빨갛게 물든 예쁜 단풍잎과 노랗게 황금빛으로 빛나는 나뭇잎들이

너무 예뻐서 살짝 물어보았더니 금강산에서 놀다가 그만 길을 잃어 정신없이 걷다 보니

이곳이었다고 하네? 그래서 다시 돌아가려고 했지만 조건 없이 받아주고 보살펴준 설악산이 

정말 고마워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만 그냥 거기서 살고 있다나? 

 

그렇다면 설악산도 나름 노력은 했다는 이야기니까 너무 욕심쟁이라고 

야단만 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만하기로 했는데 혹시 설악산이 금강산보다 

더 아름다운 건 아닌지 그것이 슬그머니 궁금해지네?

 

 

2022년 10월 12, 13 양일 간의 설악산행 중 전화기 카메라로 찍은 사진

 

 

음, 이번 설악산 방문은 거의 10년 가까이 되었을까?

너무 오랜만에 가서 그런 건지 더 예뻐진 것 같기도 하고

더 착해진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설악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지!

 

그냥 그곳에 눌러앉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호기롭게 움막이라도 짓고 살고자 시도라도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공기도 좋고 물도 좋고 풍광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좋으니 

아무래도 나 죽으면 설악산으로 가서 살아야 할까 보다!

 

 

2022년 10월 12, 13 양일 간의 설악산행 중 전화기 카메라로 찍은 사진

 

 

설악산에 나의 영혼이 어울릴까 모르겠다만 

내가 복이 많은 사람이라면 설악산처럼 아름다운 곳에 영혼을 묻고 싶다!

살아서는 이루지 못할 꿈을 죽어서라도 이룰 수 있다면...

 

그대, 어쩌다 설악산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것인가?
그대, 어쩌다 설악산에서 삶을 마친 것이더냐고 물었다!

그러나 대답 없는 공허난 나의 질문만이 지금도 설악산의 그 깊은 어둠 속에서

메아리가 되어 맴돌고 있지는 않은지...  

 

 

 

2022년 10월 12일 저녁 무렵 설악산 봉정암 근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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