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너도... 아니 너는 꽃이야!
너야말로 그 어떤 꽃 보다도 속이 깊고 고운 꽃이라는 걸 나는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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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어김없이 수줍게 피어나 여기저기에서 밝게 웃고 있지만
너무 낮은 곳에 그리고 작고 초라한 행색으로 사람들의 발길에 이리저리
짓밟히기도 하고 다른 꽃들에 밀리고 가려져 사람들의 관심에서 좀 떨어져 있는
서러운 꽃 민들레, 그나마도 노랑 민들레는 지천에 널려 있어 익숙하지만
하얀 민들레는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약 100여 년 전에 외국으로부터 슬쩍 끼어들어온 노랑 민들레가
마치 우리나라의 토종 야생화인 것처럼 전국 어딜 가나 지천으로 널려 있지만
진미령이라는 가수가 불렀던 노래 제목과 같은 '하얀 민들레'는
토종 민들레라면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문득 궁금하여 알아보니 역시 이유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토종 하얀 민들레는 씨앗의 발아 조건이 좀 까다로웠다.
봄에 피었다가 씨앗을 맺으면 다음 해 봄이 되어야만 새 싹을 틔운다는 이야기가 맞다면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랑 민들레에게 치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생존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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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이면서도 외래종에 밀려 잘 보이지 않는 하얀 민들레는
봄에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으면 이듬해 봄 일조건이 되어야만 또다시 새싹을 틔운다고 한다.
https://h21.hani.co.kr/arti/COLUMN/83/12811.html
하얀 민들레
h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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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민들레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진미령'의 노래 하나 듣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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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리가 흔하게 봐왔던 노랑 민들레는 거의 다 외래종이라는 것,
그리고 그 노란 서양 민들레는 휴면기도 짧고 온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수시로 싹을 틔우기 때문에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까지 꽃을 피운다고 한다.
어쩐지 노랑 민들레는 언제 어딜 가도 하나 둘씩은 꼭 볼 수 있더라니!
그나저나
민들레를 강인한 생명력에 비유하기도 하고 끈질긴 민초들의 삶과
오버랩하기도 하는 이유는 민들레가 자리 잡고 싹을 틔우고 꽃까지 피우며
다음 세대를 위해 씨앗을 퍼뜨리기까지의 과정을 조금만 관찰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다른 식물도 비슷하기는 하지만 유난히도 민들레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거뜬히 뿌리를 내리고 굳건한 생명력을 과시한다.
마치 일부러 그런 곳만 골라서 자리를 잡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민들레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리를 잡고 생명을 꽃피운다.
그런 민들레의 매력에 이끌려 민들레가 눈에 띄면 유심히 보곤 했는데
어쩐지 우리네 삶을 닮은 것 같기도 하여 더 마음이 쓰이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온갖 예쁜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는 이 봄에도 어김없이 나를 멈춰 세우는
노랑 민들레의 환하고 밝은 모습이 유난히 정겹다.

물론 다른 꽃들도 내 발길을 멈추게 하지만 민들레는 그 이유가 좀 다르다.
어쩌다 저런 곳에 자리를 잡았을까, 어떻게 저토록 짓밟히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있을까!
다 그렇지는 않지만 때로는 무참히 짓밟혀 처절하게 망가진 모습으로도
해맑은 꽃을 피워내고 해맑게 미소짓고 있는 민들레를 만나면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만가지 생각에 잠기곤 한다.
지난밤 모처럼 내리는 단비를 맞으며 민들레는 축배라도 들었을까!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그들의 열정적인 삶의 찬가를 부르며
온 밤을 하얗게 지새웠을 민들레를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래, 민들레야!
너도 꽃이다, 아니 너야 말로 진정한 꽃이다!
세상 그 어느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생명의 꽃을 마음껏 피우고
살랑이는 봄바람에 몸을 맡기고 저 넓은 세상 어느 곳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너의 그 숭고한 희생의 몸짓을 떠올리며 나를 돌아본다.
어여쁜 꽃, 울 엄마 같이 고운 꽃, 장한 꽃, 가여운 꽃
그렇지만 세상 그 어떤 꽃보다도 용감하고 강인 한 너, 민들레야!
사람들의 발길을 피해 더 좁은 곳 더 구석진 곳 더 낮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가면서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 너에게
진정으로 나는 반했단다!
♣
이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여자 싱어송라이터
'이연실'의 '노랑 민들레'를 듣지 않을 수가 없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늘 안타까운 '이연실' 그녀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한 귀퉁이에서 노랑 민들레와 함께 도란도란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
밤새 찬비를 맞고 감기 걸리진 않았겠지, 민들레야!
이제 곧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다시 보석처럼 빛날 거야, 그렇지?
데려다줄게, 높고 양지바른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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