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로 가득 차 있다.
나부터도 비밀 덩어리이고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온통 비밀로 중무장하고 있다.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나의 그 사람,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조차도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비밀들을 간직한 채로 살아간다.
우린 서로 비밀이 없다며 돈독한 우정과 신뢰를 과시하는 사람들 간에도 비밀은 있다.
비밀이 없다는 사람들 치고 정말 비밀이 없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인간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비밀은 있어야 하고 또 지켜져야 한다.
좀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건 엄연한 진리다.
비밀이 없어서 오히려 무너지는 인간관계가 많다는 것을 알면
모든 것을 속속들이 다 아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보이는 걸 알 수 있다.
사랑한다면 비밀이 없어야 한다는 이상한 말로 상대의 비밀까지 다 알아내려 하지 말자.
그건 진리가 아니라 궤변에 가깝다.
그러므로 상대가 굳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캐묻지 말자.
그 사람은 속에 감추고 있던 것을 털어놓게 되어 오히려 속이 후련할지 모르지만
듣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이야기를 듣게 된 나는 오히려 쓸데없는 갈등과 번민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
세상에는 모르는 게 더 나은 것들도 많다. 아는 게 다 좋은 건 아니니까!
그래서 '아는 게 병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물론 아는 게 힘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몰랐으면 더 좋은 일을 굳이 알게 되어 괴로운 경우도
많기에 아는 게 병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는 걸 생각해 보면 '모르는 게 약!'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알고 싶지 않은 것은 아예 캐묻지도 않을 뿐 아니라
누가 이야기 해주려고 해도 머리를 흔들며 귀를 막아버리기도 한다.
난 모를래, 안 들을 거야!

그런데, 비밀이란 것은 어떻게 시작되는 걸까!
일부러 비밀을 만드는 사람도 있는지 모르지만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밀로 간직해야만 하는 일들이 하나 둘 쌓이기도 하고
자기 스스로 혼자만의 비밀로 봉인해 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연유야 어찌 되었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나름의 비밀을 간직하게 되고
또 그 비밀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지만, 때로는 그 무겁고 부담스러운 비밀을
누군가에게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비밀로 간직하고자 했던 것을 털어놓음으로 해서 얻어지는
심적인 해방감보다는 오히려 괜히 발설한 건 아닌가 하는 후회감이 더 컸기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한 개인적인 비밀은 끝까지 묻어버리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이 이르렀다. 최소한 나의 경우에는 그랬다!

♣
누군가, 아니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 같다.
'비밀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다!'라고!
살아가면서 비밀 하나 정도도 없는 사람은
너무 재미없는 인생을 사는 것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겠지만
아무런 비밀도 간직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생이란 과연 어떤 걸까!
그런 사람이 있기나 할까?
아마 5살 꼬마에게도 비밀은 있을 것이기에
비밀이 없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간주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당신 주변의 누군가가 '이건 비밀인데, 너니까 이야기해 주는 거야!'라며
귓가에 입을 들이댄다면 화제를 다른 방향으로 바꾸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해 보자.
그런 이야기라면 십중팔구 안 듣느니만 못한 이야기일 게 뻔하기도 하고
그런 식의 이야기를 남발하는 사람은 신뢰할만한 사람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비밀이야기란 것이 나쁜 종류의 이야기, 남을 음해하거나 근거 없는 소문 같이
쓰잘 데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아주 좋은 정보라든지
우리 이웃의 아름다운 미담 같은 선항 영향력에 관한 것들이라면
나쁘게 생각할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어쨌든 '비밀인데'라며 시작하는 이야기라면
일단 저지하고 어떤 성격의 이야기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딱 보면 감이 온다, 듣고 안 듣고의 선택권은 나에게 있다.
상대와의 대화는 끊지 않으면서도 불쾌감 없이 얼마든지 대화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안 들은귀 삽니다!'라며 하소연하는 일은 없기를!

속삭이는 건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하자!
'이건 비밀인데!'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서만 나누자!
특별한 사이가 아닌 이웃들과 귓속말을 주고받는 건 필경 모종의 음모와 꿍꿍이가 있다.
그리고 아주 불길한 냄새가 솔솔 풍겨나기 시작하여 삽시간에 널리 퍼진다.
이상하게도 좋은 이야기 보다 좋지 않은 이야기나 근거 없는 소문들은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비밀을 함부로 누군가와 공유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비밀이라고? 비밀은 혼자 간직하는 게 비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