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한 손님을 맞이했다.
이제까지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 즐겁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작은 플라스틱 그릇에 상춧잎 한 장을 놓고 귀한 손님 아기 달팽이를 모셨다.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보면서 살아 있는 건지 죽은 건지 살펴보느라 한동안 시선을 빼앗겼는데
숨죽이며 보고 있으려니까 작은 촉수를 내밀고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정말 놀랍고도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며칠 전에 어머님께서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를 뜯어 주셨는데
바쁘다 보니 냉장고에 넣어두고는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점심에 먹으려고
물에 담가두었다가 씻으려고 보니 상춧잎에 뭔가 이물질이 붙어 있기에
떼어내려고 손을 뻗다가 그만 움찔 멈추었다.
그냥 이물질이 아니고 뭔가 생명체인 것 같았기 때문인데
가까이 살펴보니 달팽이인 것 같아서 상춧잎을 통째로 조심스럽게 드러내어
작은 그릇 안에 모셔두고 관찰해 보기로 했다.
잠시 안정을 취하도록 한 다음에 조심스럽게 살펴보니까 아주 작은 더듬이를 빼고는
앙증맞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주변을 살피는 것 같았는데
틀림없는 달팽이였지만 작아도 너무 작은 아기 달팽이였다.
이렇게 작은 달팽이는 처음 보기에 더욱더 신기했다.

그나저나 뜨거운 한낮에 따서 비닐봉지에 담아 왔던 상추,
그것도 냉장고 안에서 이틀 동안 꼬박 있었는데 그 안에서 달팽이가 무사히 살아 있었다니
추웠을 텐데 그 사이 동면이라도 취했던 걸까?
더 빨리 꺼내주지 못한 것이 몹시 미안해졌다.
달팽이에게는 얼마나 혹독한 시간이었을까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하고 해서 한 2~3일 정도
잘 모시고 있다가 풀밭으로 돌려보낼 생각으로 물도 부어주고 시원한 실내에서 보살피고 있는데
그동안 별 탈은 없을지 그것도 걱정이다.
그래서 달팽이가 좋아하는 환경과 기온을 검색하니
햇빛은 치명적이므로 서늘한 그늘에 놓아두어야 하고 물을 자주 뿌려주어
축축한 상태를 유지시켜 줘야 하며 온도는 섭씨 25도 정도를 유지하도록 하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달팽이도 겨울잠을 자나보다 섭씨 5도 이상이 되면 잠에서 깨어 활동을 한다고 하네?
아, 그래서 냉장고 안에 이틀이나 있었어도 죽지 않은 것이었구나!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혹독한 환경에 처했던 건 아니었구나, 천만다행이다.
그나저나, 달팽이가 나의 시선을 느끼기라도 하는 건지 아니면 낯을 가리는 건지 몰라도
가끔 지나다가 들여다보면 달팽이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깜짝 놀라곤 했는데
손바닥보다도 작은 상춧잎에서 숨어 봤자 얼마나 꼭꼭 숨는다고 한 번씩 안 보였는지
이리저리 찾아보면 교묘하게도 안 보이는 쪽으로 몸을 숨기고는
잠을 자는 듯 꼼짝도 않고 있을 때가 많았다.
처음엔 자꾸만 들춰내어 귀찮게 하다가 달팽이가 스트레스를 받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나중에는 자주 들여다보지도 않았는데 아직은 잘 견디고 있어 다행이지만
이젠 보내줘야 할 때인 것 같다.

당연히 물과 상춧잎만 있어도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틀 동안 집 안에 뒀는데 어젯밤부터 비가 내렸으니 이젠 밖으로 데려가 풀숲에 놓아줘야겠다.
솔직하게 내가 키울 자신도 없거니와 달팽이에게는 인위적인 환경보다는 자연환경이
한결 더 살기 좋을 것이기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기 전에 보내줘야지!
뜻밖에도 나의 삶 속으로 들어와 줬던 달팽이가 내 마음을 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난 이틀 동안 달팽이 덕분에 잠시나마 즐겁고 행복했다.
달팽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 그대로 다시 헤어져야겠다.
아기 달팽이야 더운 여름철 잘 견디고 늘 건강하게 잘 살아다오!
너와의 특별한 만남 정말 즐겁고 행복했어,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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