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오는 동안 가끔 골똘하게 생각하던 것이 하나 있다.
사회생활을 하자면 거의 모든 것이 다 학력이나 경력 등 일정한 자격 조건을 갖춰야만 할 수 있는데
결혼은 왜 아무런 제약 없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건지 궁금했다.
그저 나이가 들고 때가 되면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다 할 수 있는 게
바로 결혼인데 내 생각에는 결혼이야말로 제대로 된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나이가 꽉 찼다고 결혼할 준비가 다 된 건 아닐 텐데,
그리고 누구나 아무런 제약 없이 애를 낳아 길러도 괜찮은 건지 항상 의문이었다.
왜냐 하면 결혼과 육아에는 철저한 책임과 의무가 뒤따라야 한다는 게
나의 확고한 주관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었기에 난 일찌감치 결혼을 포기했다.
한 사람만 바라보며 결혼 생활을 원만하게 끝까지 잘 유지할 자신도 없었거니와
애를 낳아 기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무섭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두 가지는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해봐도
내 능력으로 온전하게 컨트롤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처음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나는 학교에서의 별명이 애늙은이였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치 어른들이나 할법한 내용의 이야기들만
주절거렸으니 그런 별명이 붙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 화끈거리는 이야기지만 그땐 그랬었다.

요즘 초등학생들과 그 학부모에게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도대체 학교에서, 그것도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기에 젊디 젊은 여교사가 쓸쓸하게 세상을 등지게 되었는지
우리 사회는 뒤늦게서야 심각한 문제라며 호들갑이다!
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그런 사실을 쉬쉬하면서 그저 덮기에만 급급한 학교 관계자들과
고위 직급 동료 교사들의 행태다.
아무리 학교 이미지가 중요하고 자신의 평판이 중요해도 그렇지
사람이 생명을 던져버릴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교사의 현실을 못 본 척 묵살하다니
이건 백번 양보하더라도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괘씸한 인간들이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세상, 도무지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아무리 말세라도 그렇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도 지키지 않는 것들을
매일 같이 지켜봐야 하는 우린 대체 무슨 죄가 그리도 많은 걸까!

- 자기 아이가 그토록 소중하면 절대로 집 밖으로 내놓지 말고
- 자기들 손으로 가르치며 기르던가 해야지 왜 학교는 보내놓고 그 난리를 치는지!
- 자기 자식이 어떤 아이인지도 모르는 부모가 어떻게 부모라고 할 수 있는지!
- 아이가 밖에서 못된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데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 적반하장 격으로 남 탓을 하며 죄 없는 교사들을 괴롭히는 쓰레기 인간들
-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이야기가 왜 안 나오겠는가!
정말이지 인간이 싫어지는 또 하나의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살면 살수록 인간이 무섭고 싫다.
비록 수행자로 사는 나이지만 아무리 보고 또 보고 이해하고 양보하고
품으려고 애를 써 봐도 안 되는 인간들이 분명 있다.
그런 인간들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무기력감과 함께 좌절감을 느낀다.
인간 세상을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구할 수가 없다는 생각!
그렇잖아도 인간들 때문에 지구 종말의 위기를 절감하고 있는 이 시기에
인간 말종들을 보노라면 때가 되긴 됐나 보다 싶은 생각이 차오른다.
그리고 반드시 그래야 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드는데
나도 인간이지만 인간을 용서하기가 어렵다!

천사의 모습 뒤에 숨어 있는 악마의 그림자는
과연 누가 드리웠으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제 사람이 사람을 교육할 수 있는 것의 한계 점에 다다른 건 아닐까!
다 그런 건 아닐 텐데 뭘 그런 걸 가지고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비약하느냐 할지 모르지만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조짐이 심상치가 않다.
그저 그런 일들은 예전에도 있었다고 편하게 말하고 넘어가기에는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너무 많은 데다가 인간 세상 돌아가는 꼴이 점점 더 악화되어 가고
우리 이웃의 민심조차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무너져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사는 세상의 질서와 균형 그리고 최소한의 규율
그 임계점 마저 허물어져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시그널들이
차고 넘친다는 생각에 종종 막차를 탄 기분이 든다.
사공이 셋이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우리 세상은 단 한순간도 평화로운 때가 없다는 생각에
삶이 곧 덫이라는 나의 오랜 생각이 슬그머니 또 고개를 든다.
곳곳에 이상 징후가 보인다.
우리가 늘 입버릇처럼 말했던 '말세다, 말세!'가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