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목적지는 어딘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몇 번이나 방향을 수정했을까?
생각보다 크게 바꾸지도 못하고 제자리를 맴돈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데
잠시 다른 곳을 기웃거리긴 했어도
결국 돌아서 다시 제 자리로 왔다고 해야 할까!
멀리, 아니 아주 다른 곳으로는 가지도 못 하고 조금 가다가
이게 아니구나 다시 돌아오고 또 다른 곳에 눈이 팔려 잠시 마음을 빼앗겼다가
또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결국엔 맨 처음 가려고 했던 그곳을 향해
방향을 고쳐 잡았지만 이젠 또 때를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래, 꼭 그곳에 가야만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토록 원했던 그곳에 마침내 도달하고 나면 또다시
다른 곳을 찾아 발걸음을 이어가야만 하는 게 인생이라면
굳이 내가 원했던 그곳이 아니고 다른 곳이라도 상관없는 것 아닌가!
가다가 못 가면 쉬어 가고 쉬었다가 다시 가다가
엉뚱한 곳으로 빠지더라도 그 나름의 의미도 있는 거잖아!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고
앤드류 매튜스라는 사람이 그랬다던데
어쩌면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그 목적지를 향해 가고자
계획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나를 살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어디로 갈 것인가 방향도 못 잡고
어디를 가고 싶은 건지 목적도 없이 가는 것에 비하면
그나마 무엇을 할 것이고 어느 방향으로 가려는지 알고 가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고 위안을 삼아도 괜찮을 것 같다.
유행가 가사를 통해서도 들었던 것처럼
인생은 미완성이며 쓰다가 마는 편지라고
어차피 완성이라는 건 있을 수 없는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누구나 가다가 멈춰야 하고 하다가 말아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고 허황된 욕심은 버려야 할 것이다.
덧없고 부질없이 그저 허허로운 삶을 살다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갈 인생인 것을 마치 천년만년 살 것처럼
욕심부리고 움켜쥐려는 우리네 삶을 가볍게 할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 뿐이라는 것을 이제 좀 알 것도 같은데
아직도 너무 많은 걸 움켜쥐고 놓지 못한다.

좀 놓아버리고 떠나보내고 나누어 주려고는 하지만 아직은 서툴다.
늘 움켜쥐기만 하고 놓을 줄 모르고 살아왔기에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제 하나씩 하나씩 버리고 비워서 내가 머문 자리를 말끔하게 정리해야겠다.
언제 사들였는지 기억조차 없는 물건들도 있고
까맣게 잊고 살아왔지만 사는데 아무 지장도 없는 숙제들 또한 많이 있다.
없어도 살고 안 해도 죽지 않는데 왜 그 많은 것들에 연연했을까!
이젠 버릴 것이다.
그동안 쌓아둔 미련도 훌훌 털어버리고
언젠가는 하리라고 묵혀뒀던 숙제들도 모두 폐기처분할 것이다.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아니 홀가분하게 깃털보다 가볍게 떠나기 위해서라도
지금 사는 삶을 덜어내야만 한다.
텅텅 비워내고 오로지 나만, 하 하나만 남겨놓아야 하리라!

오늘 아침엔 운동하러 나가려고 준비하다가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늦게라도 나갈까 하다가 그마저도 그만뒀다.
그래 꼭 안 나가도 된다, 안 하면 그만이니까!
이제 나 자신을 몰아세우고 닦달하는 것도 그만해야겠다.
그냥 편하게 물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가자, 그런다고 큰일 나는 거 아니니까!
운동하러 나가는 대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아닌가?
비록 대단한 글은 아닐지라도 이 또한 내 삶의
일부분이니까 괜찮다, 아니 아주 좋다!
아차, 오늘은 어머님 댁에 가서 마늘을 갈아드려야 하는데
나가는 길에 뭔가 하나 버릴 것은 없는지 찾아봐야겠다.
매일 최소한 하나 이상은 버리고 또 나눌 수 있도록 하려고 늘 신경 쓰지만
잘 안 버리게 되는데 오늘은 꼭 하나 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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