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올해 아흔셋 되신 울 엄니는
같은 연배의 다른 어르신들에 비해 건강 상태도 그렇고
자세가 비교적 바르신 편이기에 보시는 분마다 연세에 비해 정말 젊고
건강하시다고 다들 한마디씩 하신다.
다만 양쪽 귀가 다 잘 안 들리셔서 보청기를 하셨는데
그래도 대화가 좀 불편할 정도로 잘 못 알아들으시는 것이 흠이지만
매번 말씀드리기를 울 엄니는 세상의 쓸데없는 소리나 이야기들을 듣지 말라고
귀가 서서히 닫혀버린 거라는 말씀으로 위로를 해드리곤 하지만
정작 당신께서는 얼마나 불편하신지 한 번씩 불평하시기를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귓구멍을 다 막아버린 건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그래서 한바탕 웃곤 하는데 정말 잘 못 알아들으시는 엄니는 얼마나 불편하실까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아프고 좀 더 일찍 검사받고 미리 예방할 수는 없었을까
자신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이 못내 죄송스럽다.
오늘 모처럼 밖에 모시고 나와 점심도 먹고 텃밭에 심을 상추 조금 사고
방금 댁에 모셔드리고 오면서 불효한 죄를 어떻게 다 갚아드릴 수 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울적해지기에 이렇게라도 끄적이면서 풀어본다.
울 엄니, 오래도록 건강하시기를...
- 부는 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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