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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angBee

글이랑/- 나도 낙서 좀

살구야, 미안해!

GarangBee 2022. 7. 8. 20:58

 

 

 

 

요즈음 매일 걸어서 동네 한 바퀴를 돌고 

가까이에 있는 작은 산으로 올라 나무 숲 사이로 좁다랗게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하루에 만 보를 달성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매일 걸어서 지나는 길목 두 곳에 각각 한 그루씩 있다는 걸

이제까지는 모르고 있다가 걷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처음 며칠은 무심코 지나쳤지만, 어느 날 땅에 떨어져 있는 살구 하나를

주워 들고 잘 살펴보니까 상처가 좀 있기는 해도 잘 씻어서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아 몇 두어 알 챙겨서 배낭에 넣고는 까맣게 잊고 걷다가 

만 보를 다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 씻고 나서 살구 생각이 나

꺼내어 보니 하나는 짓물러 터져 버려서 반 정도만 맛을 볼 수 있었고 

다른 하나가 위에 있는 녀석인데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버텨주었다.

 

그런데, 살구가 그토록 맛있는 열매였었나?

짓물러서 몰골이 형편없는 살구 한쪽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나는 정말 깜짝 놀랐는데 전에는 그렇게 맛있는 살구를 먹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지만 약간 향긋한 향과 함께

달콤 새콤한 것이 예전에 먹어봤던 살구와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혹시 더운데 힘들게 걸으며 땀을 흘린 뒤라서 그렇게 느낀 걸까?

 

하지만,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에도 많지는 않았지만 

하나, 두 개 정도씩은 주울 수 있었는데 여전히 맛과 향이 일품이었다.

 

갑자기 

'살구는 맛이 없다, 살구는 사서 먹을만한 열매가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나는 살구에 미안해졌다.

 

'살구야, 미안해!'

'내가 너의 진가를 제대로 알지 못하였구나!'

'앞으로는 다른 과일처럼 제대로 대접해줄게, 살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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