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나의 방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도
차가운 냉기가 감도는 집안은 서글펐고
집안 어디에도 없는 그 사람의 흔적...
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사람
아직은 이 곳에 단 한번도 와보지 않은 내 사랑!
답답한 현실을 벗어버리기라도 하려는듯
돌연한 결정으로 이 곳을 떠나 부평초 처럼 당도한 곳
그 낯설고 거대한 도시 한켠에서
참으로 이상한 모양으로 한겨울을 지냈던 순간들을
단 한 순간에 보상을 받은 나의 기쁨은
복권 일등 당첨과도 같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 것은 그 사람과의 만남
방...
늘 그랬듯이 그저 혼자서 어두워지는 창밖을 향해 앉아
멍하니 그리운 사람을 향한 마음을 추스리며
긴 외로움의 겨울을 동무하여 한 세월 갇혀버린 나의 방
예전의 방을 먼지 털듯이 털어내 버리고
새로운 기쁨과 설레임으로 채우려는 나의 작은 욕심마저도
금방 부질없는 것이 되어
방 안에는 정겨운 건조대가 가습기를 대신하여 서 있다
그 곁에서는 멀쩡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
버림받은 가습기!
미안해, 빨래를 했을 때는 넌 쉬고 있어야겠구나!
조금 전에 헤어져 아직은 손에 온기가 남아 있는 그 사람
그 사람이 벌써 보고싶어서
애꿎은 컴퓨터를 괴롭히며 조용히 어두워져가는 저녁 시간
해가 마악 지려고 하는 저녁 무렵에 나는 가장 외로움을 타는데
당신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문득 세상에 나 혼자 내버려져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것 처럼
두렵고 무서운 이 시각에
당신을 생각하면서 그 무거운 외로움을 내려 놓는다
어두워진 나의 가슴속에
밝은 태양으로 떠오르는 당신의 얼굴을
방안에 커다랗게 걸어두고 보고싶다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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