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쓰고 나를 그리며 부르는 노래!

쓰다가 그리고 그리다가 또 쓰고, 그래도 못다 한 이야기를 흥얼거린다!

GarangBee

글이랑/- 나도 낙서 좀

나도 같이 걸리지 뭐!

GarangBee 2023. 9. 10. 17:52

 

pixabay

 

119 구급차 / 안전신문

 

 

 

저녁을 먹을까 하고 주방 쪽으로 가려는데 전화가 울린다.

어머님이 살고 계신 동네 아주머니의 전화가 이 시각에? 깜짝 놀라 받으니 

아무래도 어머님을 병원으로 모시고 가야 할 것 같다는 말씀이었다.

어디가 어떠신지 여쭈니 낮부터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고 

절에 가시는 날인데 절에도 못 가시고 누워 계시고 구토를 하시는 것 같다며 

혹시 뇌혈관 계통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는 동네 분의 말씀에 

차 열쇠를 찾아들고 뛰쳐나가려다 생각해 보니 차가 가장 밀리는 퇴근 시간이었다.

 

순간적으로 119 구급차의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119번을 눌렀고 어머님을 긴급하게 병원으로 모셔달라 부탁하고는 

나도 뒤따라 가겠노라고 하였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잠시 허둥대다가 

겨우 진정하고 운전석에 앉았지만 갑자기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어디로 가려고 차에 앉았는지 순간적으로 블랙아웃현상을 겪었다.

 

아, 사람이 당황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나도 그럴 수 있는 거였구나...

 

 

어디로 가야 하지? / L Hong To Rtai
 

 

 

호랑이 굴에 끌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도 있는데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호흡도 가다듬어가면서 어머님을 모시고 간 병원으로 출발하였지만

역시나 도로에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하여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마음은 급하고 어머님이 어떤 상태인지 왜 그러신 건지 궁금하고 답답하지만 

급하게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고 침착하려고 애써 마음을 다독이며 운전대를 꽉 쥔 손이 

저려오고 브레이크를 밟은 발은 연신 밟았다 떼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급할 때는 이상하게도 친호 대기시간도 유난히 길게 느껴지고 차들까지도 거북이다.

 

그렇게 답답함을 견디며 가고 있는데 병원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어머님 신속 항원 감사 결과 양성이라는데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기도 한 그 말이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얼른 정리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집에 있을 누나에게 

알렸더니만 코로나 환자로 판명되었다는 이야기란다.

 

어휴, 다행인 걸까? 아니지 연세가 많으신 데다가 쇠약하신 어머님께는 

코로나가 결코 만만한 건 아니지 않은가? 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지만 

일단 다른 위험한 상황이 아닌 것에 우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엊그제 여동생과 만나 점심 먹은 것 외에 별달리 외출한 적이 없는데 

어머님은 어떤 경로를 통하여 코로나에 감염이 되신 건지 거지?

 

 

코로나의 품에 안긴 지구촌 / pixabay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들이 정말 많구나!

119에 전화를 거는 것도 처음이고 응급실에 실려간 어머님과 마주하는 것도 처음이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더 왜소하고 가녀린 모습의 어머님을 뵈니 왈칵 눈물이 터질 것 같아서 

입을 앙당 물고 무심한 척하고 어떻게 된 건지 병원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까 

다른 건 크게 문제가 없고 코로나 양성 판정만의 문제라니 일단 마음이 한결 놓인다.

 

엄니는 아무런 영문도 모르시고 응급환자용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으며 눈을 감고 계신다.

병원의 밝은 조명 때문에 눈이 부시기도 하고 피곤하시기도 하겠지만 

무엇 보다도 하루 종일 아무것도 드신 것이 없다는 동네 어르신들 말씀을 듣고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래서 직접 모시지 않으면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고

알았을 때는 너무 늦었거나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 

아무래도 이참에 어머님을 모시고 나와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 중이다.

 

여러 가지 검사로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담당자의 이야기와는 달리 

생각보다 일찍 모든 상황이 끝나고 병원에 그대로 입원을 하고 있을 건지 

집으로 모시고 갈 것인가를 물어오는데 병원에 계셔야 할 이유는 딱히 없다는 의료진의 말에 

그냥 집으로 모셔서 돌 봐드리기로 하였다.

코로나 특성상 1인실 병동을 써야만 하는 것도 부담이거니와 

꼼짝 못 하고 그대로 병원에 갇혀있어야 하는 게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pixabay

 

 

혹시 모를 돌발상황에 대비하여 언제든 어머님을 모실 수 있는 준비를 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잘 치워놓지 못하고 급하게 어머님을 모시고 들어와 일단은 누우실 자리를 만들고

베개와 이불 그리고 마실 물과 휴지 등을 순식간에 갖춰드리고 심심하지 않도록 

TV까지 켜드렸는데 평소 아무도 보는 이 없는 TV인지라 먼지가 뽀얗다.

 

마당이 있는 시골집과는 달리 좀 갑갑한 면도 있겠지만 

그래도 막내아들 곁에서 계시면 하루 종일 대화 한마디도 없는 큰형과 함께 지내는 것보다는 

조금이나마 낫지 않을까?

글쎄 어머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나는 어머님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으니까 

마음도 놓이고 안심이 되는데 어머님은 아무래도 시골집이 걱정되시나 보다.

 

텃밭도 걱정 큰형도 걱정 모든 것이 마음이 놓이지 않으실 어머님!

평생을 곁에서 돌 봐온 큰 아들을 거기에 혼자 두고 나와서 계시지 못하는 어머님의 마음을

온전하게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재작년 겨울에도 독감으로 앓아누우셨을 때 열흘 남짓 모셨었고 이번에 또 모시게 되었는데

독감을 앓으실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나는 그다지 걱정이 안 된다.

다른 형제들은 나까지 코로나 걸리면 안 되니까 마스크 철저하게 하고 

어머님과 한 공간에 지내는 만큼 각별히 더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걱정들 하지만

난 마스크도 벗고 있고 어머님과 밥도 마주 앉아 먹는다.

 

 

 

pixabay

 

 

물론 나까지 코로나에 걸려 빌빌대면 어머님을 보살펴드리기 어려우니까 

조심하는 게 맞기는 하지만 조심한다고 해본들 완전하게 격리가 되겠는가? 

차라리 그냥 편하게 지내면서 나마저도 코로나 환자가 된다면 서로 마찬가지가 되니 

누굴 격리할 필요가 있겠는가! 오히려 그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유난스러운 격리 수칙 따위는 잊고 어머님을 모시고 싶어서 

그냥 마음 편하게 지내기로 했다.

 

까짓 거 나도 걸리지 뭐! 

그럼 어머님도 나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

나 역시 조심할 것 없이 더욱 편할 테니까...  

 

코로나야, 어디 한 번 덤벼보라고! 

나에게는 안 될걸? 

 

 

 

 

 

코로나는 우산으로 막아야지! / te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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